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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에 눈을 떠서 습관처럼 가격을 확인했다가 멈칫했습니다. 8만 2천 달러. 온갖 악재가 쏟아지던 한 주가 지났는데 비트코인이 올라 있었습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엔 "숏 청산 아니야?"라고 넘겼는데, 데이터를 들여다볼수록 이번 움직임이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피델리티, JP모건, 판테라 캐피탈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악재 속 5% 반등, 월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주는 크립토 입장에서 악재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크립토 규제 법안이 상원에 제출됐고, FOMC에서 금리 인상이 있었고, 콜드카드 지갑과 리퀴드 사이드체인 해킹 소식까지 터졌습니다. 보통 이 정도면 가격이 빠지는 게 교과서적인 흐름인데, 비트코인은 24시간 동안 5.60% 올라 8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저도 이게 좀 이상하다 싶어서 언론 기사 말고 월가 리포트를 직접 찾아봤습니다.
언론은 SEC·CFTC의 법적 명확성, ETF 순유입 증가, 숏 청산 같은 단편적인 이유를 붙이고 있었지만, 제 경험상 이런 설명은 사후에 갖다 붙이는 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시장을 움직이는 건 다른 쪽이었습니다.
피델리티 분석가 유리엔 티머가 언급한 지표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비트코인 금비율 Z스코어가 양수로 전환됐다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Z스코어란 특정 값이 평균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표준편차 단위로 나타내는 통계값입니다. 쉽게 말해 금 대비 비트코인이 얼마나 저평가 혹은 고평가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숫자인데, 이게 -100%까지 극단적으로 떨어졌다가 +2%로 전환됐다는 뜻입니다. 과거 사이클에서 이 전환점은 매번 비트코인 상승의 출발선이었습니다. 피델리티가 이 신호를 바닥 확인 근거로 제시한 건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출발한 분석이라 저는 무게 있게 읽었습니다(출처: Fidelity Investments).
JP모건 리포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비트코인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디지털 금으로서 금과 동일한 비중으로 편입될 경우, 장기 적정 가치는 26만 6천 달러라는 계산입니다. 이 수치의 근거는 전 세계 민간 부문이 보유한 금의 총액 8조 달러입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금보다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동일한 가격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자본은 5.3조 달러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봤는데, 이건 결국 비트코인이 '가벼운 자산'이라는 논리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힘을 가할 때 더 크게 움직인다는 뜻이니까요(출처: JP Morgan).
월가 3사가 공통으로 짚은 핵심 포인트
피델리티, JP모건, 판테라 캐피탈의 분석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 키워드가 하나 수렴합니다. 바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입니다. 여기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란 화폐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면에서 실물 자산이나 희소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투자 전략을 말합니다. 금이 대표 사례였는데, 이제 그 흐름이 비트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세 기관의 공통된 시각이었습니다.
- 피델리티: 자본 비용 상승 국면에서 정부는 금융 억압으로 대응하고, 비트코인은 금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것
- JP모건: 금 ETF는 이미 순유입 전환됐지만 비트코인 ETF는 아직 연초 유출분도 못 만회한 상태 — 상대적으로 더 저평가
- 판테라 캐피탈: 연준이 금리를 올리든 내리든 인플레이션 용인 추세는 바뀌지 않아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수혜를 본다
금리를 올려도 돈이 풀리는 구조, 그리고 비트코인
처음 이 논리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좀 예상 밖이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돈이 줄어든다고 배웠는데, 실제로는 반대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40조 달러 부채를 안고 있고, 향후 12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만 10조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 출발점입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기존 국채의 이자 비용이 늘어납니다. 재무부는 이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추가로 단기채를 발행해야 합니다. 그럼 머니마켓 펀드(MMF) 같은 기관들이 연준 역레포 잔고에서 돈을 빼서 그 단기채를 삽니다. 여기서 역레포(Reverse Repo)란 연준이 금융기관에 국채를 팔고 나중에 되사는 방식으로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수단인데, 그 잔고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돈이 시중으로 나온다는 뜻입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공식적으로 늘어나지 않지만, 효과는 양적 완화(QE)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스텔스 QE'라고 부릅니다.
제가 이 구조를 처음 이해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게 있었는데,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누적 CPI 차트였습니다. 물가가 잠깐 꺾이는 구간은 있어도 결국 다시 올라가고, 그 기울기가 점점 가팔라지는 그림입니다. 예전에는 1조 달러 빚이 늘어나는 데 100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4~5개월에 한 번씩입니다. 이게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수퍼마켓 물가로, 전셋값으로 그대로 체감됩니다.
판테라 캐피탈 CEO 댄 모어헤드는 연준이 지난 10년간 30% 인플레이션을 용인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준이 물가를 방치하든 금리로 대응하든, 결과는 어떻게든 더 많은 돈이 풀리는 방향이라는 논리입니다. 재무부가 국채 만기를 돌려막기 위해 계속 발행을 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걸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라고 합니다. 금융 억압이란 정부가 인위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거나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질 부채 비율을 GDP 대비 낮추는 방식으로 빚을 희석시키는 전략입니다. 정부는 부채 부담이 줄고, 시민은 구매력이 깎이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걸 '숨겨진 세금(Hidden Tax)'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 유럽도 부채 만기가 쌓여 있고, 중국도 돈을 풀고 있고, 아시아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를 절하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미국만 강달러를 유지할 수 없으니 연준도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판단입니다. 2022년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유동성 축소 사이클이 끝나고, 다시 전 세계적인 돈 풀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금은 이미 이 흐름을 타고 신고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 같은 무거운 자산도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면, 월가 기관들이 그보다 '가볍고' 아직 전고점을 뚫지 못한 비트코인을 주목하는 건 논리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비트코인 ETF가 아직 연초 유출분을 만회하지 못했다는 것도, 뒤집어 보면 그만큼 자금이 들어올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악재가 많았는데 왜 비트코인이 올랐나요?
A. 단기 악재보다 더 큰 구조적 흐름을 시장이 먼저 읽었기 때문입니다. 규제 이슈나 해킹 소식은 단기 노이즈인 반면, 월가 주요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저평가 자산으로 판단하고 선제 매수에 나선 것이 이번 반등의 실질적 배경으로 보입니다.
Q. JP모건이 제시한 비트코인 목표가 26만 6천 달러는 어떻게 계산된 건가요?
A. 전 세계 민간 부문이 보유한 금의 시가총액 약 8조 달러를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포트폴리오에서 금과 동일한 비중을 차지할 경우를 가정해 산출한 수치입니다. 다만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금보다 높아 실제로는 5.3조 달러 수준의 자금만 유입돼도 같은 가격 상승 효과가 난다고 분석했습니다.
Q. 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돈이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A. 일반적인 원리는 그렇지만, 미국처럼 대규모 국채 만기가 집중된 상황에서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이자 비용이 늘어 재무부가 추가 단기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연준 역레포 잔고 자금이 시중으로 흘러나와 실질적인 유동성 확대 효과가 생깁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스텔스 QE'라고 부릅니다.
Q. 비트코인 ETF가 아직 유출 상태라는 게 오히려 나쁜 신호 아닌가요?
A. 시각에 따라 다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아직 기관 자금이 충분히 안 들어온 것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금 ETF 대비 비트코인 ETF의 자금 유입 여지가 그만큼 더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JP모건도 이 격차를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강하게 반등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Q. 금융 억압이 계속되면 비트코인 말고 다른 자산도 오르지 않나요?
A. 금, 부동산, 원자재 등 실물 자산이 함께 수혜를 보는 게 맞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된 디플레이션 자산이고, 아직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해 상대적 저평가 상태라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로 꼽힙니다. 금이 이미 신고점 근처에 있는 것과 대비됩니다.
결론
이번 비트코인 반등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시장이 단기 뉴스보다 훨씬 긴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금리 인상, 해킹, 규제 이슈가 동시에 터지는데도 가격이 오른다는 건 그보다 강한 힘이 반대 방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피델리티의 Z스코어 전환, JP모건의 26만 6천 달러 적정가, 판테라의 인플레이션 용인 논리 — 세 기관의 분석이 모두 같은 결론으로 수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이게 단선적으로 "이제 사면 된다"는 신호는 아닙니다. 4년 주기 사이클의 상승장이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크고 언제든 단기 조정은 올 수 있습니다. 다만 '왜 올랐는지'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흔들릴 때 대응 방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는 지금의 흐름을 단기 이벤트가 아닌 거시 사이클의 전환점으로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