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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의 금융 철학 (IMF, 장기투자, 부자학교)

리코파파 2026. 10. 2. 20:42

목차


    IMF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라면 그 시절 거리에 나앉던 사람들의 얼굴이 아직도 선할 겁니다. 저도 그 무렵을 지나며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를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정부 탓, 기업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그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IMF는 예고된 위기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그 조짐을 알아챈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이요. 존리 대표는 회계사 시절 뉴욕의 한국계 은행 감사를 맡으면서, 한 선임 회계사로부터 대우그룹의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경고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경고가 현실이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부채비율(Debt-to-Equity Ratio), 즉 기업이 자기 돈 대비 얼마나 빚을 졌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사실상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식 경영 모델을 따르던 시절이라 매출 규모를 키우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고, 이익이 남는지 여부는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공급 과잉 상태에서도 빚을 내 공장을 계속 지었으니, 외부 충격 하나에 도미노처럼 무너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저도 당시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라는 개념 자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재무제표란 기업의 자산, 부채, 수익 구조를 숫자로 보여주는 문서인데, 이걸 읽을 줄 아는 일반인이 거의 없었던 시대였습니다. 회계 교육이 기업 현장에서조차 형식적이었으니, 위기를 내부에서 감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당시 경제 분석 자료들을 보면, 1990년대 중반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이 400%를 훌쩍 넘었다는 수치가 나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위기가 터졌을 때 존리 대표가 선택한 행동은 철수가 아니라 역행이었습니다. 코리아 펀드 이사들을 설득해 오히려 2,500억 원을 증자했고, 리만 브라더스와 함께 뉴욕, 런던, 파리를 돌며 로드쇼(Road Show)를 진행했습니다. 로드쇼란 투자 유치를 위해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서구 시장에서는 설득이 먹혔습니다. "한국인은 빚을 반드시 갚는다"는 논리가 통한 겁니다.

    업계 꼴찌를 1위로 만든 장기투자 철학

    제가 직접 투자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빠진 함정이 잦은 매매였습니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더 살까 말까 고민하고, 그러다 손해를 봤습니다. 존리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에서 강조한 것이 바로 이 반대였습니다. 펀드매니저의 잦은 매매를 지양하고, 고객 중심으로 장기 투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그가 합류했을 당시 업계 꼴찌였습니다. 그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잃을 것이 없는 곳이라 오히려 과감하게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수직적인 보고 체계를 없애고, 자율 출퇴근제를 도입하고, 여의도 금융 중심가를 벗어나 사옥을 북촌으로 옮겼습니다. 이게 단순한 이전이 아니라,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기 위한 물리적 장치였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기투자(Long-term Investment)란 단기 주가 등락에 반응하지 않고 기업의 본질 가치를 믿으며 수년 이상 보유하는 투자 방식입니다. 이게 말은 쉬운데 실제로 지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주변에서 "그 주식 떨어지던데 팔아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대부분 흔들리거든요. 존리 대표는 전국을 돌며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이 철학을 설명했습니다. 강의가 아니라 설득이었던 셈입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업계 1위로 올라선 건 단순히 수익률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신뢰도가 함께 쌓였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수익률이 높아도 믿기 어렵다면 돈을 맡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철학이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으면 장기 고객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금융뿐 아니라 어떤 서비스 산업이든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그가 메리츠에서 실현한 변화의 핵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수직 보고 체계를 없애고 이메일 기반의 수평적 소통 구조로 전환했습니다.
    2. 여의도 금융 중심가를 벗어나 북촌으로 사옥을 이전, 관성적 사고를 물리적으로 차단했습니다.
    3. 펀드매니저의 단기 매매 대신 장기 보유 중심의 운용 원칙을 전사적으로 적용했습니다.
    4. 전국 투자자 순회 방문을 통해 고객 신뢰를 직접 쌓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해고 이후 시작된 더 큰 사명

    갑작스러운 해고. 이걸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교통사고"에 비유했습니다. 이 표현이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잘못한 것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찾아오는 충격이라는 뜻이니까요. 분노, 원망, 절망이 뒤섞인 감정 속에서 그가 선택한 방향은 소설 집필과 금융 강의였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잘 다니던 일이 갑자기 끊긴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은 "이제 뭘 해야 하지"가 아니라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인가"였습니다. 존리 대표가 해고 이후 교도소, 경찰서까지 찾아다니며 금융 강의를 한 이유가 그 지점에서 이해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경험이 의미를 가지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을 겁니다.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이란 근로 소득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자산 구조를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복리(Compound Interest), 즉 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리입니다. 이 두 개념을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게 그가 강의를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OECD 평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존리의 부자학교라는 개념도 이 연장선에 있습니다. 찰스 슈왑 증권회사가 기존 금융사에서 뽑지 않는 사람들을 채용해 성공한 것처럼, 금융 지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 기반의 금융 문화를 만들겠다는 비전입니다. 소외된 90%에게 노후 준비의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 저는 과장이 아니라 실제 실천 과정의 요약처럼 들렸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존리 대표가 말하는 장기투자는 구체적으로 몇 년을 기준으로 하나요?

    A. 정확한 기간을 딱 못 박기보다는 최소 10년 이상을 전제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기 주가 등락에 반응하지 않고 기업의 본질 가치를 믿고 보유하는 것이 핵심이며, 복리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나려면 최소 5~10년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Q. 메리츠자산운용이 업계 1위가 된 것이 단순히 수익률 덕분인가요?

    A. 수익률도 중요했지만, 조직 문화와 고객 신뢰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수평적 보고 체계, 자율 출퇴근, 사옥 이전 같은 문화적 실험이 내부 역량을 끌어올렸고, 전국 투자자 순회 방문으로 쌓인 신뢰가 외부 평판을 만들었습니다. 단기 실적보다 철학의 일관성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IMF 당시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 투자하도록 설득한 논리는 무엇이었나요?

    A. 가장 핵심적인 논거는 "한국인은 빚을 반드시 갚는다"는 민족적 특성과 경제 회복력이었습니다. 모라토리엄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조업 기반과 교육 수준, 그리고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 같은 집단적 행동이 실제 설득 근거가 됐습니다. 일본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지만, 뉴욕·런던·파리에서는 이 논리가 먹혔습니다.

    Q.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투자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A. 존리 대표의 접근법은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소액이라도 주식이나 펀드에 꾸준히 적립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종잣돈(Seed Money)이란 초기 투자의 출발점이 되는 돈을 뜻하는데, 금액보다 습관이 먼저입니다. 아이들에게 주식을 사주는 프로그램처럼, 일찍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가 크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Q. 존리 부자학교는 기존 금융 교육과 무엇이 다른가요?

    A. 기존 금융 교육이 이미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부자학교는 금융 지식이 전혀 없는 평범한 사람들, 특히 경제적으로 소외된 90%를 대상으로 합니다. 찰스 슈왑이 타 금융사가 채용하지 않는 사람들로 성공한 것처럼, 기존 금융 시스템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차별점입니다.

    IMF 위기를 교훈으로 삼지 못하면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채비율을 무시하고 매출만 보던 기업들의 실패는, 지금도 가계 부채 문제로 개인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존리 대표의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크게 가져온 건 "장기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노후 준비의 기본 구조"라는 관점입니다. 투자가 두렵다면, 일단 소액 적립식 펀드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사실 가장 큰 손실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11kwkXsYD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