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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기사를 읽다 보면 "PER이 6배로 저평가", "ROE가 높은 우량주" 같은 표현이 자주 나온다. 이 숫자들은 회사가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그에 비해 주가가 비싼지 싼지를 판단할 때 쓰는 기본 도구다. 차트만 보고 사는 것과 숫자를 보고 사는 것은 주가가 흔들릴 때 버틸 수 있는 힘부터 다르다. 이 글은 좋은 기업을 숫자로 고를 때 쓰는 가치 평가 용어 7가지를 2026년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한 해설 글이다. 기본 용어는 1편(시가총액, 호가, 예수금 등)에서 다뤘다.
EPS와 PER
EPS(주당순이익, Earnings Per Share)란 회사가 1년 동안 번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주식 한 주가 1년에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보여준다. 순이익이 1조 원이고 발행 주식이 1억 주라면 EPS는 1만 원이다. 회사 전체의 이익이 늘어도 주식 수가 더 많이 늘면 EPS는 줄어들 수 있어, 주주 입장에서는 전체 이익보다 EPS의 변화가 더 직접적인 지표다.
PER(주가수익비율, Price to Earnings Ratio)은 현재 주가를 EPS로 나눈 값이다. 시장이 그 회사의 이익 1원에 얼마의 값을 매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주가가 10만 원이고 EPS가 1만 원이라면 PER은 10배다. 지금 이익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 10년치 이익을 모아야 주가만큼이 된다는 뜻이다. PER이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의미로, 높으면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식당을 사고팔 때의 권리금을 떠올리면 쉽다. 1년에 순이익 5천만 원을 남기는 가게의 권리금이 1억 5천만 원이라면, 이익의 3배를 주고 사는 셈이다. 같은 이익을 내는 가게인데 권리금이 이익의 10배라면, 앞으로 장사가 훨씬 잘될 거라는 기대가 붙어 있거나 비싸게 사는 것이다. PER도 같은 논리다.
2026년 6월 말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6.48배, 6.98배였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11.2배)보다 크게 낮았다. 여기서 '선행 PER'은 앞으로 12개월 동안의 예상 이익으로 계산한 PER이고, 지난 1년의 실제 이익으로 계산한 것은 '후행 PER'이라고 한다. 다만 PER이 낮다고 무조건 싼 것은 아니다. 반도체처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업종은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고, 시장이 그 이익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낮은 PER은 싸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시장이 그 이익을 믿지 못한다는 뜻일 수도 있다.
- EPS = 순이익 ÷ 발행 주식 수, 주식 한 주가 번 돈
- PER = 주가 ÷ EPS, 이익 대비 주가가 몇 배인지
- 선행 PER은 예상 이익, 후행 PER은 지난 1년 실제 이익 기준
-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게 보일 수 있다
PBR과 ROE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 to Book-value Ratio)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순자산이란 회사의 전체 자산에서 빚을 뺀 금액으로, 회사를 지금 당장 정리했을 때 주주에게 남는 몫에 가깝다. PBR이 1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과 같고, 1보다 낮으면 장부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증시가 해외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만 PBR이 낮은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공장이나 땅 같은 자산은 많지만 그 자산으로 돈을 잘 벌지 못하는 회사라면, 시장은 장부 가치만큼의 값을 쳐주지 않는다. 반대로 기술력, 브랜드, 인재처럼 장부에 잡히지 않는 무형 자산이 큰 회사는 PBR이 높게 나온다. 그래서 PBR은 혼자 보기보다 ROE와 함께 봐야 한다.
ROE(자기자본이익률, Return On Equity)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주주가 맡긴 돈으로 회사가 1년에 몇 %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준다. 자기자본이 10조 원인 회사가 1조 원을 벌었다면 ROE는 10%다. 은행 예금 금리보다 ROE가 꾸준히 높아야 주주 입장에서 그 회사에 돈을 맡길 이유가 생긴다. 워런 버핏이 투자 기업을 고를 때 ROE를 중요하게 본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세 지표는 서로 연결돼 있다. PBR은 PER에 ROE를 곱한 값과 같다. 예를 들어 PER이 10배인 두 회사가 있을 때, ROE가 15%인 회사는 PBR 1.5배, ROE가 5%인 회사는 PBR 0.5배가 된다. 결국 PBR이 낮은 이유가 ROE가 낮아서라면, 싸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값을 받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싼 회사를 찾는 것보다, 맡긴 돈을 잘 불리는 회사를 찾는 것이 먼저다.
- PBR = 주가 ÷ 주당순자산, 1 미만이면 장부 가치보다 싸게 거래
- ROE = 순이익 ÷ 자기자본, 주주의 돈으로 낸 연간 수익률
- PBR = PER × ROE, 세 지표는 함께 움직인다
- PBR이 낮아도 ROE가 낮다면 싼 것이 아니라 제값일 수 있다
영업이익률과 부채비율
영업이익률(Operating Margin)은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이다. 영업이익이란 매출에서 원가와 인건비, 임대료 같은 판매관리비를 뺀, 본업으로 실제 남긴 이익이다. 영업이익률이 높을수록 같은 매출로 더 많은 돈을 남기는 회사라는 뜻이다. 순이익은 이자, 환율, 자산 매각 같은 일회성 요인에 흔들릴 수 있어서, 본업의 실력을 볼 때는 영업이익률이 더 정확한 경우가 많다.
2026년 반도체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과거 상식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었고, SK하이닉스는 76%를 기록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이 82.3%에 달했다. 100원어치를 팔아 80원 넘게 남긴 셈이다. 다만 이익률이 이미 최고 수준이라면 더 오를 여지보다 내려갈 위험을 함께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채비율(Debt-to-Equity Ratio)은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회사가 자기 돈 대비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부채비율이 200%라면 자기 돈 1원당 빚이 2원이라는 뜻이다. 빚이 많으면 호황기에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꺾이면 이자 부담이 회사를 먼저 흔든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약 396%에 달했고, 빚으로 덩치를 키운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다만 업종마다 적정한 수준은 다르다. 고객 예금이 장부상 부채로 잡히는 은행이나, 대규모 설비에 돈이 드는 항공·조선업은 부채비율이 구조적으로 높다. 그래서 부채비율은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와 비교하거나, 같은 회사의 과거 흐름과 비교해야 의미가 있다. 상장사의 재무제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누구나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참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영업이익률 = 영업이익 ÷ 매출, 본업으로 얼마나 남기는지
- 2026년 2분기 영업이익률: 삼성전자 50%대, SK하이닉스 76%
- 부채비율 = 부채 ÷ 자기자본, 200%면 자기 돈 1원당 빚 2원
- 부채비율은 업종마다 기준이 달라 같은 업종끼리 비교해야 한다
배당수익률
배당수익률(Dividend Yield)은 1주당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다. 주가 5만 원인 주식이 1년에 주당 2,000원을 배당한다면 배당수익률은 4%다.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현금 수익이라는 점에서, 은퇴 후 생활비나 꾸준한 현금 흐름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특히 중요하게 본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개념이 배당성향(Payout Ratio)이다. 순이익 가운데 얼마를 배당으로 나눠줬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순이익 100억 원 가운데 30억 원을 배당했다면 배당성향은 30%다.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높으면 이익이 조금만 줄어도 배당을 줄여야 할 수 있고, 회사가 성장을 위해 재투자할 돈이 부족해질 수 있다.
배당수익률이 갑자기 높아 보이는 종목은 조심해야 한다. 배당수익률은 주가로 나눈 값이라서,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배당금이 그대로여도 배당수익률이 높아 보인다. 회사에 문제가 생겨 주가가 급락한 것이라면, 다음 해에는 배당 자체가 줄거나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배당주를 고를 때는 지금의 배당수익률보다 배당을 몇 년 동안 꾸준히 유지하거나 늘려왔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이 명의 계좌처럼 오래 들고 갈 계좌라면, 받은 배당을 다시 주식으로 사는 재투자까지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높은 배당수익률보다 오래 이어진 배당 기록이 더 믿을 만한 숫자다.
- 배당수익률 = 주당 배당금 ÷ 주가
- 배당성향 = 배당금 총액 ÷ 순이익, 이익 중 얼마를 나눠주는지
- 주가 급락으로 높아진 배당수익률은 함정일 수 있다
- 배당을 몇 년간 유지하거나 늘려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PER은 몇 배 이하면 싸다고 볼 수 있나요?
A. 정해진 기준은 없다. 업종마다 적정 PER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높은 기술 기업은 PER 30배 이상에서 거래되기도 하고, 성장이 느린 전통 산업은 10배 미만인 경우도 많다.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 그리고 같은 회사의 과거 PER과 비교해서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Q. PBR이 1보다 낮은 주식은 사면 이득인가요?
A. 반드시 그렇지 않다. PBR이 낮은 회사 가운데는 자산을 활용해 돈을 잘 벌지 못하거나, 산업 자체가 쇠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ROE가 꾸준히 낮다면 PBR이 낮은 것은 제값일 수 있다. 저PBR 종목을 볼 때는 ROE와 이익의 흐름, 주주환원 계획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Q. 이런 지표는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증권 앱과 포털 증권 페이지의 종목 정보 화면에서 PER, PBR, ROE, 배당수익률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재무제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회사의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통해 볼 수 있다. 앱마다 계산 기준(예상 이익인지 실제 이익인지)이 다를 수 있으니 기준 시점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지표 중 하나만 본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A. 하나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각 지표는 회사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굳이 순서를 정한다면, 먼저 영업이익률과 ROE로 회사가 돈을 잘 버는지 확인하고, 부채비율로 위기를 버틸 체력이 있는지 본 뒤, 마지막으로 PER과 PBR로 지금 가격이 적당한지 판단하는 흐름이 무난하다.
Q. 개별 종목 지표를 분석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하나요?
A. 처음부터 모든 종목을 분석할 필요는 없다. 코스피200이나 S&P500 같은 지수형 ETF는 수백 개 기업에 나눠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개별 기업의 지표를 하나하나 따지지 않아도 시장 전체의 성장에 올라탈 수 있다. 지표 공부는 관심 있는 몇몇 기업부터 천천히 넓혀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론
EPS와 PER은 이익 대비 가격을, PBR과 ROE는 자산 대비 가격과 수익성을, 영업이익률과 부채비율은 본업의 실력과 체력을, 배당수익률은 주주에게 돌아오는 현금을 보여준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좋은 기업인지 판단할 수 없고, 여러 지표를 함께 놓고 같은 업종과 비교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숫자를 알고 산 주식은 주가가 흔들려도 버틸 근거가 된다. 다음 편에서는 ETF를 고를 때 꼭 알아야 할 총보수, 추적오차, 괴리율 같은 용어를 정리할 예정이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 평가 용어를 정리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