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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흔히 '주식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2026년에는 채권 투자자도 마음 편하지 않았다. 연초 연 2.9% 수준이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9월 말 4.1%를 넘어서면서, 이미 채권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평가 손실을 봤다. 채권도 가격이 오르내리고, 손실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금리가 높아진 시기는 채권에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에게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 글은 채권에 투자하거나 채권형 ETF를 고를 때 꼭 알아야 할 용어를 정리한 해설 글이다. 주식 용어 정리 시리즈의 8편이며, 금리와 국채의 기본 개념은 5편에서 다뤘다.
채권과 표면금리
채권(債券)이란 정부나 기업이 돈을 빌리면서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이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그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약속한 기간 동안 이자를 받다가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주식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면, 채권은 회사나 정부의 채권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발행하면 국채(國債), 기업이 발행하면 회사채(會社債)라고 한다.
채권에는 세 가지 기본 정보가 적혀 있다.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인 액면가, 원금을 돌려받는 날인 만기, 그리고 액면가에 대해 해마다 지급하기로 약속한 이자율인 표면금리(쿠폰 금리)다. 액면가 1만 원, 만기 3년, 표면금리 연 3%짜리 채권이라면 3년 동안 매년 300원의 이자를 받고, 3년 뒤 1만 원을 돌려받는다. 표면금리는 발행할 때 정해지면 만기까지 바뀌지 않는다.
주식은 회사의 미래에 돈을 거는 것이고, 채권은 회사의 약속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채권이 '안전하다'고 불리는 이유는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는다는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주주보다 채권자가 먼저 돈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위험, 그리고 만기 전에 팔 때 가격이 떨어질 위험은 여전히 있다. 채권을 이해하려면 이 두 가지 위험을 함께 알아야 한다.
- 채권: 정부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차용증
- 국채는 정부, 회사채는 기업이 발행한다
- 액면가·만기·표면금리가 채권의 기본 정보다
- 회사가 어려워지면 주주보다 채권자가 먼저 돈을 돌려받는다
만기수익률과 채권 가격
채권은 만기까지 들고 있지 않고 중간에 시장에서 사고팔 수도 있다. 이때 거래 가격은 액면가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등장하는 개념이 만기수익률(YTM, Yield to Maturity)이다. 지금 가격에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며 이자와 원금을 모두 받았을 때 얻는 연평균 수익률이다. 뉴스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4%"라고 하는 것은 표면금리가 아니라 이 만기수익률을 말한다.
5편에서 다뤘듯,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표면금리 3%짜리 채권을 갖고 있는데 시장 금리가 4%로 오르면, 새로 나오는 채권이 이자를 더 많이 주기 때문에 기존 채권은 덜 매력적이 된다. 그래서 기존 채권은 액면가보다 싸게 팔려야 하고, 싸게 산 만큼 만기수익률이 시장 금리인 4% 수준으로 맞춰진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내려가면 기존 채권 가격은 오른다.
2026년이 바로 금리가 오른 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월 8일 연 2.902%에서 9월 28일 연 4.119%까지 올랐고, 10년물도 연 3.341%에서 10월 초 4.3~4.5% 수준으로 뛰었다. 그만큼 연초에 산 채권과 채권형 ETF의 가격은 떨어졌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9월 말 금융당국은 긴급 국고채 매입과 발행 물량 축소로 시장 안정에 나섰다. 다만 만기까지 보유하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중간 가격이 떨어진 것은 '팔지 않으면 확정되지 않는' 평가 손실이다.
- 만기수익률: 지금 가격에 사서 만기까지 들고 갈 때의 연평균 수익률
- 뉴스의 '국고채 금리'는 만기수익률을 말한다
-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오른다
- 2026년 국고채 3년물은 연 2.9%대에서 4.1%대까지 올랐다
듀레이션
같은 1%포인트의 금리 변화에도 어떤 채권은 가격이 조금 움직이고, 어떤 채권은 크게 움직인다. 이 민감도를 보여주는 숫자가 듀레이션(Duration)이다. 원래는 채권에 투자한 돈을 이자와 원금으로 회수하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채권 가격이 대략 몇 % 움직이는가'로 이해하면 쉽다. 듀레이션이 3인 채권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약 3%, 듀레이션이 15인 채권은 약 15% 떨어진다.
듀레이션은 만기가 길수록,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길어진다. 그래서 만기가 긴 장기채는 금리 변화에 훨씬 크게 반응한다.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될 때 장기채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리가 내리면 장기채 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예상과 달리 금리가 오르면 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채권이 안전하다는 말은 만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만 온전히 맞는 말이다.
장기채의 위험은 실제로 여러 차례 확인됐다. 2022년 미국이 빠르게 금리를 올렸을 때, 대표적인 미국 장기채 ETF는 한 해 동안 약 30% 떨어졌다. '안전자산'이라는 이름과 달리 주식 못지않은 손실이 난 것이다. 채권형 ETF는 만기가 없이 계속 비슷한 듀레이션을 유지하도록 운용되기 때문에, 개별 채권처럼 만기까지 기다려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최근에는 정해진 날짜에 만기가 끝나도록 설계된 '만기매칭형 채권 ETF'도 나와 있다.
- 듀레이션: 금리 1%포인트 변화에 채권 가격이 대략 몇 %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숫자
- 만기가 길고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듀레이션이 길어진다
- 2022년 미국 장기채 ETF는 금리 급등에 약 30% 하락했다
- 일반 채권형 ETF는 만기가 없어, 만기매칭형이 아니라면 원금 회수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신용등급과 신용스프레드
신용등급(信用等級)이란 채권을 발행한 정부나 기업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를 평가한 등급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가 평가를 맡는다. 가장 높은 AAA부터 AA, A, BBB로 내려가며, 보통 BBB- 이상을 '투자적격 등급', 그 아래 BB 이하를 '투기 등급'으로 나눈다. 투기 등급 채권은 이자가 높아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이라고도 부른다.
식당 거래처 관계와 비슷하다. 10년 넘게 대금을 한 번도 밀린 적 없는 거래처에는 외상을 길게 줘도 걱정이 없지만, 처음 거래하는 곳이나 대금을 자주 미루는 곳에는 현금 결제를 요구하거나 더 좋은 조건을 받아야 거래한다. 채권도 마찬가지로, 갚지 못할 위험이 큰 발행자일수록 더 높은 이자를 줘야 돈을 빌릴 수 있다.
이 차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신용스프레드(Credit Spread)다.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국채 3년물 금리가 4%이고 어떤 회사채 3년물 금리가 5%라면, 신용스프레드는 1%포인트다. 경기가 나빠지거나 시장에 불안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위험한 회사채를 꺼리면서 신용스프레드가 벌어진다. 2022년 가을 강원도가 보증한 레고랜드 관련 채권이 제때 상환되지 못하자, 우량 기업까지 회사채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만큼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진 사례가 있다.
그래서 높은 금리만 보고 채권을 고르는 것은 위험하다.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갚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뜻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라면 국채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또는 여러 채권에 나눠 투자하는 채권형 ETF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채권 발행 정보와 신용등급은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참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 신용등급: AAA가 가장 높고, 보통 BBB- 이상이 투자적격 등급
- BB 이하 투기 등급 채권은 이자가 높아 하이일드 채권이라 부른다
- 신용스프레드: 같은 만기의 국채와 회사채 금리 차이, 불안할수록 벌어진다
-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때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벌어졌다
자주 묻는 질문
Q. 개인 투자자는 채권을 어떻게 사나요?
A. 증권사 앱의 '장외채권' 메뉴에서 국채나 회사채를 소액으로 살 수 있고, 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도 있다. 개별 채권을 고르기 어렵다면 여러 채권을 묶은 채권형 ETF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정해진 날짜에 만기가 끝나는 만기매칭형 ETF를 고르면 개별 채권처럼 만기 보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채권 투자에도 세금이 붙나요?
A. 채권에서 받는 이자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붙는다. 반면 개인이 채권을 직접 사고팔아 생긴 매매차익에는 현재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래서 표면금리가 낮은 대신 액면가보다 싸게 거래되는 '저쿠폰 국채'가 절세 목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다만 채권형 ETF는 매매차익도 배당소득으로 과세되는 점이 다르다.
Q. 금리가 오르는 중에는 채권을 사면 안 되나요?
A. 금리가 더 오르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높아진 금리로 산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그만큼 높은 이자를 받는다. 금리의 고점을 정확히 맞히기는 어려우므로, 한 번에 사기보다 여러 번에 나눠 사거나 만기가 다른 채권을 섞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장기채보다 단기채가 금리 변화에 덜 흔들린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Q. 예금과 채권 중 무엇이 나은가요?
A. 예금은 예금자보호 한도 안에서 원금이 보장되고 가격이 흔들리지 않는다. 채권은 원금 보장이 없고 중간 가격이 오르내리지만, 국채라면 갚지 못할 위험이 매우 낮고 금리가 내릴 때 가격 상승으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당장 쓸 비상금은 예금에, 몇 년 이상 묶어둘 수 있는 돈의 일부는 채권에 나눠두는 식으로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Q. 주식과 채권을 함께 갖고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A. 경기가 나빠져 주가가 떨어질 때는 금리가 내려가며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아, 서로의 손실을 일부 메워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2022년이나 2026년처럼 물가 때문에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채권을 완벽한 방패로 생각하기보다, 전체 자산의 흔들림을 줄여주는 보조 수단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론
채권은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약속받는 투자지만, 금리가 움직이면 가격이 흔들리고 발행자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손실이 날 수 있다. 표면금리와 만기수익률의 차이,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원리, 듀레이션이 보여주는 민감도, 신용등급과 스프레드가 보여주는 위험을 알면 '안전자산'이라는 말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 9편에서는 이동평균선, 지지와 저항처럼 차트를 볼 때 자주 쓰는 용어를 정리할 예정이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채권 관련 용어를 정리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특정 채권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채권도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 전 상품 설명서와 신용등급을 반드시 확인하길 권한다.